• [금주의 키워드] 문화재

    금주의 키워드 “그 건물(建物) 매점(賣店) 가격(價格)이 얼마요.” “글쎄, 매상(賣上) 따라 다른데. 견적(見積)을 내보죠.” “경매(競賣)로 나온 건 없습니까.” “잠깐, 손절(損切)하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이유(理由)는요.” “차압(差押) 내역(內譯)이 있어요. 여기 일람(一覽)을 보세요.”   납득이 쉽도록 상황을 설정해 봤다. 괄호 속 한자로 표시된 말은 19세기 후반 이후 일본에서 건너온 단어들이다. 앞 문장에 쓰인 ‘단어(單語)’나 ‘납득(納得)’도 그렇고 ‘대통령(大統領)’ ‘개혁(改革)’도 마찬가지다.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 문명이 일본으로 쏟아져 들어가면서 관련 단어들이 기존 한자어엔 없는 어휘로 재탄생했다. ‘society’는 사회(社會)가 됐고 ‘democracy’는 민본주의(民本主義) 혹은 민주주의(民主主義), ‘romance’는 낭만(浪漫)이 됐다. 현재 한국어 중 한자어의 77%가 일본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정부가 17일 재화적 성격이 강한 ‘문화재(文化財)’를 정체성을 앞세운 ‘국가유산(國家遺産)’으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1962년 ‘문화재’를 일본에서 들여와 공식적으로 쓴 지 62년 만이다. 형식부터 내용까지 ‘개혁’하겠다는 ‘수순(手順)’일 것이다. 김홍준 기자

    2024.05.18 00:22

  • [금주의 키워드] 소통

    금주의 키워드 ‘소통(疏通’)이 요즘처럼 뜬 적이 있나. 사전적 의미에서 벗어나 사회적 병리의 대안으로, 정치적 성패의 도구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단어다. 이 단어의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할 수도 있다.   ‘소통’의 뜻 자체가 ‘흐름’이다. 소(疏)는 疋(짝 필, 발 소)에서 뜻이자 음인 소를 빌리고 㐬에서 물이 흐른다는 뜻을 빌렸다. 통(通)은 나아간다는 뜻의 辶((책받침)과 甬(용 또는 동)의 발음이 합쳐졌다. 소통의 뜻은 이렇게 ‘막힘없이 서로 통하고 나아간다’는 것. 그런데 언행 없이는 소통’은 사전에 누워 있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위르겐 하버마스는 ‘서로 이해할 수 있고’ ‘상대방이 믿을 만하며’ ‘진정성을 갖춘’ 말을 원활한 소통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버마스는 여기에 화룡점정의 하나를 더 했는데, 바로 ‘비판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년9개월 만에 두 번째 기자회견을 했다. 일방통행과 불통이란 비판을 피하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공백이었다. 이번엔 예전보다 몸을 낮췄고 민심과 소통하려는 의지는 높였다는 평이다. ‘소통 원활한 일방통행’은 도로 위에나 있지, 정치판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홍준 기자

    2024.05.11 00:11

  • [금주의 키워드] 밸류업

    금주의 키워드 지난 2일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베일을 벗었다. 그런데 어쩌나.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대책이 나오자, 가뜩이나 횡보하던 주가가 더 미끄러진다. 시장이 바라던 세제 인센티브는 ‘추진 중’이고, 기업의 공시 참여부터 작성까지 모두 ‘자율’이란다. 주식 토론방에선 “음주운전, 혼내지 말고, 금주하도록 독려?”, “한국 주식 투자하지말라는 얘기를 정부가 공식화한 것” 등의 냉소적 반응이 쏟아진다.   정부가 고질적인 증시 저평가 해소에 나선 건 박수 칠 만한 일이지만, 맹탕이라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전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및 증여세 현실화,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책임 강화 등 영향력이 큰 과제들은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한 마디로 기약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국내 기업이 저평가된 것이 아니라, 가치가 낮다고 꼬집기도 한다. 산업 구조 개편과 신성장 동력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 우리 기업의 가치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믿음이 없다면, 주가 부양 노력은 한낱 뜬구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자칫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만 부각시켰다”는 슬픈 결말이 아니길 바란다.      배현정 기자

    2024.05.04 00:02

  • [금주의 키워드] 유류분

    금주의 키워드 2019년 가수 고(故) 구하라씨가 세상을 떠났을 때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어머니가 돌연 유산을 나눠 달라며 나타났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지만 법은 비정한 어머니의 손을 들어줬다. 유류분 제도 때문이다. 유류분은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법에 따라 상속인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상속 비율을 말한다.   헌법재판소가 이런 유류분 제도 개정에 나섰다. 지난 25일 헌재는 패륜 가족까지 상속권을 인정해 주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법 개정을 요구했다. 또 고인의 뜻에 상관없이 형제자매에 상속분을 주는 것에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반대로 예외 조항도 요구했다. 고인을 오래 돌봤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가족은 더 많은 유산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에도 유류분 제도 자체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유류분 제도가 도입된 건 1977년.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했던 시절, 아들이 재산을 독점하지 못하게 고루 분배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사회가 변했다. 법조계는 변화한 국민 정서를 반영한 개정으로 해석한다. ‘왜 이제야’라는 한탄도 적잖다. 47년 만의 개정이다.     배현정 기자

    2024.04.27 00:04

  • [금주의 키워드] 반감기

    금주의 키워드 비트코인 채굴자가 비트코인 블록을 생성하면 보상으로 지금까지는 6.25비트코인을 받았지만, 이제는 3.125비트코인으로 반토막 난다. 이른바 ‘비트코인 반감기’가 도래한 때문인데 반감기는 2012년, 2016년, 2020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비트코인 창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는 2009년 비트코인을 설계할 때 발행량을 제한(2100만 개)하고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 반감기를 설정했다. 21만 번째 블록이 형성될 때마다 자동으로 실행된다. 18일 기준 비트코인 블록 생성 속도를 감안하면 네 번째 반감기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20일 새벽이다.   반감기는 비트코인의 희소성을 높이려는 조치인 만큼 반감기 직후 가격이 급등했다. 첫 번째 반감기 때는 12달러였던 비트코인이 1100달러까지 상승했고, 두 번째 반감기 이후엔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 투자 열풍을 불러왔다. 한국에 처음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던 것도 이 시점이다.   그런데 네 번째 반감기를 앞두고 가격이 계속 미끄러지고 있다. 19일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은 9450만원에 거래됐다. 전고점은 지난달 14일 1억500만원이었다. 황정일 기자

    2024.04.20 00:04

  • [금주의 키워드] 200석

    금주의 키워드 국회에서 의결 기준은 여러 개다. 가장 널리 쓰이는 건 재적 과반 출석에 출석 과반 찬성이다. 현재 재적이 300석이니 151명 이상 본회의장에 출석하고 이중 ‘절반+1’명이 찬성 버튼을 누르면 안건이 통과된다.   비교적 최근 도입된 건 의원들 간 육탄전 끝에 나온 재적 5분의 3 조건(180석)이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방책들을 단번에 뛰어넘게 할 수 있다(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무제한 토론을 강제 종료하는 마법 키도 180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진보 성향 야당들과 함께 20대 국회에서 선거법 등을, 이번 국회에서 쌍특검법을 처리할 때 180석의 위용을 자랑했었다.   4·10 총선에서 민주당은 단독으로 180석을 할 뻔했다(175석). 1987년 헌법 체제에서 선거로 달성한 최대 의석이다.   가장 까다로운 의결 정족수는 재적 3분의 2로 200석이다. 대통령의 법률안 비토권을 무효로 할 수 있고 대통령 탄핵 소추안도 처리할 수 있다. 무소불위라 할 수 있다. 이번 출구조사 때 잠시 민주당 단독 197석 예측이 나왔다. 87년 체제에선 1990년 민정당·민주당·자민련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이 한때 217석이었다.      고정애 기자

    2024.04.13 00:02

  • [금주의 키워드] 스위프트노믹스

    금주의 키워드 미국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4·사진)가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억만장자(Billionaires)’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2일 포브스는 ‘2024년 새 억만장자들’ 명단을 발표하면서 “스위프트가 오로지 노래와 공연만으로 10억 달러가 넘는 부를 축적한 최초의 음악인”이라고 설명했다. 스위프트는 그동안 콘서트 수익, 음반·음원 판매 수입, 부동산 투자 등으로 총 11억 달러(약 1조4878억원)로 추정되는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전 세계 5개 대륙을 순회하는 ‘에라스 투어’ 공연을 통해 큰 경제효과를 올리면서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이코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창출했다. 그녀의 공연이 한 번 열릴 때마다 인근 호텔·식당 등의 지역경제가 들썩이며 경기 부양 효과를 낸다고 해서 생긴 용어다.   대중예술가 최초로 그녀를 ‘202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타임지는 “테일러 스위프트는 분열된 세계에 남은 유일한 단일 문화”라고 표현했다. 싱어송라이터인 그녀는 자신의 경험담을 녹인 긍정적인 가사,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함께 성 평등, 인종차별 등 사회·정치적 메시지에도 적극적이어서 청소년들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서정민 기자

    2024.04.06 00:06

  • [금주의 키워드] 그린워싱

    금주의 키워드 배우 류준열이 최근 열애설에 이어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홍보대사로서 북극곰을 지키고 기후변화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펼쳐온 그가 스스로 ‘골프 애호가’임을 밝힌 인터뷰가 재조명되면서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친환경적(Green)인 것처럼 ‘세탁(Whitewashing)’한다는 의미로 ‘위장 환경주의’를 뜻한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친환경 제품인 것처럼 표시·광고하는 행위가 일반적이다. 동식물 서식지 파괴와 숲 훼손이 우려되는 골프는 대표적인 환경 파괴 스포츠로 꼽힌다.   네덜란드 법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책임감 있는 비행’이란 슬로건을 내세운 KLM 항공사 광고가 그린워싱이란 판결을 내렸다. 비행 횟수 감축 등 필요한 조치는 하지 않으면서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듯한 이미지를 줬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그린워싱이 소비자들의 선택권에 혼란을 줌으로써 시장 교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우리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적극적인 노력 없이 친환경적인 ‘척’하는 제품을 걸러내는 소비자들의 손길은 앞으로 더욱 섬세하고 강력해질 전망이다.      허정연 기자

    2024.03.30 00:07

  • [금주의 키워드] C커머스

    금주의 키워드 무선조종 전동굴삭기 장난감이 2500원, 청바지는 1000원. 말도 안 되는 가격인데, 배송료까지 공짜다. 비슷한 제품을 한국에서 사려면? 전동굴삭기 장난감은 적어도 수만원은 줘야 한다. 대충 만든 것이어서 금세 고장이 나더라도 워낙 싸니 또 사면 그만이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알테쉬)과 같은 이른바 C커머스(China+ e-commerce·중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지구를 공습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국내·외에서 셀러(판매자)를 끌어 모으고, 초저가와 무료배송을 무기로 한국은 물론 동남아·미국·유럽을 휩쓸고 있다. 이들 나라는 C커머스의 공습에 속수무책이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 이커머스 물품은 총 8881만5000건으로 전년보다 70%가량 늘었다. 알리가 18일 한국 상품을 대상으로 열흘간 10억원어치 쿠폰 제공 행사를 진행했는데, 첫날에만 17만 명이 몰리면서 조기 종료되기도 했다. 최근엔 대기업마저 알테쉬의 셀러가 됐다.   주요국 정부가 중국의 ‘경제 식민지’가 될 수 없다며 규제의 칼을 들이밀고 있지만, 먹힐지는 미지수다. 소비자 입장에선 싸서 좋긴 한데,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가 붕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황정일 기자

    2024.03.23 00:02

  • [금주의 키워드] 금사과

    금주의 키워드 ‘하루 한 개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과는 만인의 과일이었지만, 요즘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말 그대로 ‘금(金)사과’가 됐다. 사과(후지) 10㎏당 도매가격은 9만1700원으로 1년 전(4만1060원)보다 123.3% 뛰었다. 마트나 시장에선 사과 하나가 3000~4000원이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작황이 나빠진 게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다. 생산량은 30% 이상 줄었고, 현재 저장량도 가격을 안정시킬 수준이 안된다. 햇사과는 7월이나 돼야 나오기에 수입 말고는 해법이 없는데, 수입 논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과학적 검역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다. 해외 병해충이 들어올 수 있다며 그동안 사실상 수입을 금지한 영향이다.   사과는 이제 ‘공공의 적’이 됐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추석부터 지급한 보조금을 사과와 사과 대체재인 귤·배가 싹쓸이하면서 과일 가격은 물론, 전체 물가지수마저 불안하게 하고 있어서다. ‘애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상기후가 잦아지고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국내산 사과 구경하기가 힘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황정일 기자

    2024.03.16 00:18

  • [금주의 키워드] 엔비디아

    금주의 키워드 요즘 주식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종목이 있다. “엔비디아 몇 주 있어?” 그야말로 엔비디아가 전 세계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주다. 엔비디아는 7일 종가 기준 926.69달러로 ‘천비디아’가 코앞이다. 2022년 말 146달러였던 주가는 단 1년 여 만에 6배 넘게 급등했다.   지난해 6월, 그때도 이미 5개월 만에 170%나 급등한 엔비디아 열풍을 취재했다. 당시 한 전문가는 “미국의 골드러시 때 금맥을 찾아 나선 광부보다 광부들에게 청바지를 판 업자가 진정한 승자가 됐듯, AI 혁명에서 빅테크 기업에 그래픽연산장치(GPU)를 공급하는 청바지업자와 같은 위치에 있는 기업이 엔비디아”라고 말했다. 그때 엔비디아를 산 자와 사지 않은 자, 승자가 갈렸다.   이제 엔비디아 광풍 속에 “나만 엔비디아 없어”, “지금이라도 엔비디아 살까”라는 포모증후군(FOMO·상승장 소외증후군) 가득한 질문이 들려온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말한다. 장기적으로 AI 혁명의 미래는 밝다고. 그러나 이런 질문이 나올 때가 지나고 보면 대개 단기 고점이었다고. 물론 “엔비디아는 실적이 뒷받침되기에 다르다”는 금빛 전망도 만만찮다. 이번엔 다를까.   배현정 기자

    2024.03.09 00:02

  • [금주의 키워드] 저커버그

    금주의 키워드 이번에도 말쑥한 정장 차림이었다. 지난달 27일 내한한 메타(페이스북 모회사)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29일 남색 정장을 입고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 시가총액 1조2000억 달러(약 1600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 수장이지만, 저커버그는 정장보다는 티셔츠·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그런 저커버그가 처음 한국을 찾은 2013년 6월, 청와대를 찾아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할 때 남색 정장을 입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그는 투자자를 만날 때도 후드티에 운동화를 신고 다녀 미국 월가로부터 무례하고 건방지다는 비난을 샀다. 그래도 그는 청바지와 운동화의 편안함을 버리지 않았다. 27일 입국 때도,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조주완 LG전자 사장을 만날 때도 그는 갈색 무스탕 재킷 차림이었다.   그의 옷차림을 비난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매일 페이스북을 방문하는 사람은 21억1000만 명(지난해 4분기 기준)에 달한다. 인스타그램·왓츠앱 등을 더하면 전체 메타 플랫폼 이용자는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60% 수준인 하루 30억 명에 이른다. 월가의 부자들이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그를 만나기 위해 줄을 선다.   황정일 기자

    2024.03.02 00:02

  • [금주의 키워드] 컷오프

    금주의 키워드 중단·차단 등 불연속 상태를 의미하는 컷오프가 우리의 일상어가 된 건 골프의 대중화 덕이 크다. 4라운드로 치러지는 골프 경기에서 3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는 1·2라운드 합산 성적 기준을 컷이라고 하고 그에 미달되면 컷오프됐다고 해서다.   정치 용어로 자리매김한 건 2007년 범여권(현 민주당) 대선 경선이 계기가 됐다. 야권은 2파전(이명박·박근혜)이었으나 범여권은 20여 명이 뛰었다. 공식 출마한 이도 9명이었다. 예비경선을 통해 5명만 본경선에 올리기로 했는데 이때 쓰인 용어가 컷오프였다. 빅카인즈란 뉴스검색을 해보면 2017년 5월 이전 전국 일간지 정치 부문에서 ‘컷오프’가 사용된 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하지만 5월부터 12월 말까진 684차례나 됐다.   현역의원의 공천 배제로까지 의미가 확장된 건 2012년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한나라당 때다. 현역의원 25%를 공천 배제하겠다고 했다.   이때만 해도 컷오프는 강력한 1인이 공천을 쥐락펴락하던 시대에서 탈피해 룰에 따른 공천을 한다는 의미가 컸다. 이젠 ‘룰을 이용한 사천(私薦)’이란 뉘앙스도 생겼다. 선한 제도도 종국엔 악으로 바뀔 수 있다는 카이사르의 말은 역시나 옳다.  고정애 기자

    2024.02.24 00:04

  • [금주의 키워드] 초콜릿

    다양한 초콜릿. . [사진 pxhere] 지난 14일 흑산도 출장 중, 초콜릿으로 뱃멀미를 억눌렀다. 공교롭게도 밸런타인데이였다. 마침 영화 ‘웡카’ 노래가 귀에 들어왔다(스마트폰이 음성과 행위 등 주변 상황을 인식해 콘텐트를 내놓는다는 설이 있다). 초콜릿 마법사 ‘웡카(티모시 샬라메)’가 흥행 1위를 달리고 있지 않나. 이번 주 세상이 온통 초콜릿처럼 보였다. 초콜릿이 대체 뭐길래.    초콜릿 역사는 꽤 길다. 3000년 전 멕시코 남부 올멕족이 가공 형태로 처음 만들었단다.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는 중남미 부족 간 화폐로도 사용됐다. ‘웡카’에서 움파룸파 소인족이 카카오를 지키는 건 다 이유가 있었던 것. '웡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속 웡카(조니 뎁)의 보다 어린 시절을 다룬 프리퀄이다. 조니 뎁은 줄리엣 비노슈와 함께 '초콜릿(2000)'에서 연기했으니, 초콜릿과의 인연이 남달라 보인다. 영화 ‘마틸다(1996)’ 속 초콜릿은 욕심과 증오, 행복의 결정체로 묘사되기도 한다. 한국전쟁을 치른 우리에겐 미군이 건넨 구호와 아픔의 식품이었다.   초콜릿은 탐험가 콜럼버스를 거쳐 유럽으로 흘러 들어갔다. 초콜릿은 중독성이 있다. 불포화 N-아실에탄올아민 때문이다. 1590년 예수회 수사는 “스페인 여자들은 사족을 못 쓴다”고 남겼다. 최근엔 캐나다 여성의 38%가 섹스보다 초콜릿을 택할 것이란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진정 효과도 있다. 그래서 뱃멀미가 잦아들었나. ‘웡카’ 속 노래는 초콜릿보다 중독성이 강한 듯하다. SNS에서는 소인족(휴 그랜트)이 부르는 장면을 흉내낸 수많은 밈(meme)이 떠 있다. ‘움파룸파 둠파티두….’  영화 '웡카'의 한 장면. 움파룸파 소인족(휴 그랜트)가 웡카(티모시 샬라메)에게 잡힌 채 '움파룸파' 노래를 부르기 직전이다. (AP=연합뉴스] 김홍준 기자

    2024.02.17 00:02

  • [금주의 키워드] 딥페이크

    금주의 키워드 지난해 콘서트 매출로만 10억 달러(약 1조3200억원)를 벌어들인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대중예술가 최초로 타임지 ‘202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그녀의 공연이 한 번 열릴 때마다 인근 호텔·식당 등의 지역경제가 들썩한다고 해서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이코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지난 1월 24일 또 한 번 그녀가 전 세계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X(옛 트위터)에 스위프트 얼굴과 음란물을 합성한 사진이 퍼지면서다. 약 17시간 동안 X계정에서만 조회수 4500만 회 이상을 기록한 이 사진은 인공지능(AI) 딥페이크(deepfake)로 밝혀졌다. AI 기술을 이용해 기존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부위를 합성한 이미지·영상 편집물이었다.   4·10총선을 앞둔 국내 정치계도 딥페이크에서 안전할 수 없다. 구글·애플 앱스토어에서 ‘딥페이크’를 검색하면 수십 개의 앱이 뜨고 이를 다운로드 하는 데는 5초, 사진 조작은 2분이면 충분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9일부터 선거운동에서 딥페이크 콘텐트가 활용되는 것을 규제하기 시작했지만 혐오정치가 만연한 현 정치판과 비뚤어진 팬심에 페어플레이를 기대해도 좋을지. 서정민 기자

    2024.02.03 00:24

  • [금주의 키워드] 성난 사람들

    성난 사람들 영화에 아카데미상, 음악에 그래미상이 있다면 방송엔 에미상이 있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상이란 얘기다. 프라임타임에 방송되는 미국 주류 드라마가 즐비한데 올해의 주역은 단연 한국인 2세 이성진 감독이 만든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이다. 작품상·감독상 등 무려 8개 부문을 휩쓸었다.   아시아계 이민 2세대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찌질한 이야기다. 마트에 자살 도구를 반품하러 간 한국인 2세 대니(스티븐 연)의 트럭과 부유한 중국인 2세 에이미(알리 웡)의 고급 SUV가 부딪칠 뻔하면서 치졸하기 짝이 없는 복수혈전이 꼬리를 물고 급기야 극한 상황에서 미운 정이 쌓인 이들에게 핑크빛 미래가 암시된다.   다양성의 시대에 아시아 콘텐트의 미래도 핑크빛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아 배우 비중이 2007년 3%에서 2022년 16%로 커졌다. 아카데미 작품상·각본상 후보에 오른 ‘패스트라이브즈’의 셀린 송 감독 등 한국계 창작자들도 상종가다.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 대중문화의 헤게모니 균열로 보기도 한다.   원제 ‘Beef’는 불평·불만·싸움이란 뜻의 속어다. 정체성 혼란에 얽힌 불평·불만으로 싸우던 ‘성난 이민자들’은 이제 없어질 때도 됐다.  유주현 기자

    2024.01.27 00:04

  • [금주의 키워드] 아시안컵

    금주의 키워드 아시아축구연맹이 주관하는 아시안컵 대회 초대 우승국인 대한민국 선수들은 순금 메달을 받았다. 1960년 서울에서 열린 2회 대회에서도 우승한 선수들에게 대한축구협회가 금메달을 걸어줬다. 순금인 줄 알았는데 선수 하나가 “진짜 순금인지 긁어보자”고 해서 도금한 게 드러났다. 골잡이 최정민의 주도로 선수 전원이 메달을 반납했다.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금은방 주인은 “처음에 (축구협회에서) 순금 메달을 주문했는데 대금을 받고 보니 도금 값밖에 안 돼 그렇게 만들었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돈이 없어서 그랬으니 순금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고, 집행부가 바뀌며 흐지부지됐다.   ‘가짜 금메달의 저주’가 시작됐다. 월드컵에 10회 연속 진출하는 동안 아시안컵은 한 번도 갖고 오지 못했다. 급기야 축구협회는 2014년에 순금 메달을 만들어 생존자와 선수 가족에게 전달했다.   고(故) 최정민 선수의 장녀 혜정 씨가 “순금 메달 전달을 계기로 당시 선수들의 기운을 받아 아시안컵을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한 게 10년 전이다. 역대 최강 멤버를 꾸린 한국은 20일 요르단과 아시안컵 예선 2차전을 갖는다. ‘가짜 금메달의 저주’가 풀릴 때도 됐다.  정영재 기자

    2024.01.20 00:04

  • [금주의 키워드] 비트코인 ETF

    비트코인 ETF 비트코인이 10일(현지시간) 제도권 편입의 ‘시험대’라는 현물 상장지수상품(ETF) 승인을 받았다. 세계 최대 자본시장에서 공식 투자자산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주식·금ETF처럼 실물을 소유하진 않지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비트코인의 주류 금융 데뷔는 태생을 감안하면 역설적이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필명)라는 프로그래머에 의해 세상에 나온 비트코인의 기치는 탈중앙화였다. 화폐 발권력을 독점한 중앙은행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기존 금융시스템에 대한 반기이기도 했다. 신기루 논쟁도 끊이지 않았다. 워런 버핏은 “비트코인은 진정한 거품이다. 그 어떤 가치도 생산할 수 없다”라고 했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조개껍데기만도 못하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ETF 편입은 월가의 전폭적 드라이브 덕분에 가능했다. 대역전이다.   그만큼 위상이 달라졌다. 11일 기준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8964억 달러. 테슬라(7223억 달러)도 가볍게 제쳤다. JP모건 등 금융권도 암호화폐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비트코인은 그러나 휘발성 강한 자산이다. 때때로 시세 조종 의혹이 제기되고 미 증권거래위(SEC) 해킹설도 돈다. 여전한 그림자다.  배현정 기자

    2024.01.13 00:01

  • [금주의 키워드] 90초 룰

    금주의 키워드 안전의 역사는 역으로 사고의 역사다. 사고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안전에 대한 대폭 강화로 이어지곤 해서다. 인간 행동부터 제도 변화, 장치 설계까지 달라지곤 했다. 지난 2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충돌사고로 전소한 일본항공 여객기에서 탑승자 전원(379명)이 탈출한 걸 계기로 주목받는 ‘90초 룰’도 하나다. 비상상황에서 모든 승객이 90초 이내에 탈출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련의 항공기사고를 경험한 미 연방항공국(FAA)이 1964년 더글러스 DC-7, 록히드 L1649로 추락 후 화재 실험을 한 게 계기였다. 화마가 덮치기 전 승객들이 대피할 시간을 확보할 만큼 기내가 안전해야 한다는 게 목표였다. FAA는 2분을 제안했다가 추가 연구를 통해 90초로 단축했다. 1967년 모든 항공기 제조사에 이 룰을 지키도록 요청했다. 이로 인해 항공기 설계도 달라졌다.   90초 룰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100명 안팎이 탑승했다. 지금은 800명에 이른다. 탑승자 몸집은 대체로 커졌지만, 좌석 배치는 더욱 촘촘해졌다. 90초를 지키기 지난한 여건이 됐다. FAA는 룰을 고수하고 있다. 그럴 만했다는 걸 이번 사고가 보여줬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2024.01.06 03:14